감독 롭 라이너
출연 매들린 캐럴, 캘런 맥오리피
제작 2010년
동네에 새로 이사온 소년 브라이스 로스키에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 이웃집 소녀 줄리 베이커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7살 소녀입니다. 장애인인 삼촌을 뒷바라지하느라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줄리네 가족을 브라이스네 가족 특히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드러내 놓고 혐오하고 무시합니다. 브라이스는 너무 솔직하고 졸졸 따라다니는 줄리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줄리가 다가올수록 자꾸 피하고만 싶습니다. 줄리의 관심을 끄기 위해 줄리가 싫어하는 미소녀 셰리에게 관심이 있는 척 연기를 하기까지 합니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줄리는 자신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브라이스의 모든 행동이 자신을 똑같이 좋아하지만 수줍어서일 뿐이라고 착각하기까지 합니다. 아무런 뜻도 없이 브라이스가 하는 인사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까지 합니다.
어느 날 줄리는 지역신문에 실리게 되는데 동네에서 가장 큰 플라타너스 나무를 베려고 하는 어른들에 대항하기 위해서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홀로 시위를 했기 때문입니다. 줄리에게 이 플라타너스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라 매일 아침 학교 버스가 오는 것을 멀리서도 볼 수 있고 마을 전체를 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자 소중한 선물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줄리는 브라이스에게도 자신을 도와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하자고 부탁하지만 주변 다른 친구들의 눈이 부담스러웠던 브라이스는 줄리를 못 본 체 돌아서고 맙니다. 줄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결국 베어지고 줄리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는 줄리의 기사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관목과 잡초로 엉망이었던 줄리 집 앞뜰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줄리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친구가 됩니다.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는 줄리를 칭찬하며 특별한 아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브라이스는 줄리도, 줄리를 좋아하는 할아버지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학교 과학 박람회에서 줄리는 달걀에서 부화하는 병아리를 출품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고 직접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을 좋아하는 브라이스네에 매일 같이 나눠주지만 살모넬라 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브라이스네 가족은 달걀을 먹지 않고 모두 버립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줄리는 크게 상처 받고 그때부터 브라이스에게 말을 걸지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막상 줄리의 관심이 멀어지자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브라이스의 눈에는 줄리의 일거수일투족만 보이고 줄리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그제야 브라이스는 자신이 줄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화 플립은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은 겪어 보았을 첫사랑의 감정을 소년과 소녀 각각의 시각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자신의 감정을 독백으로 풀어내면서 관객들 기억 속의 첫사랑의 간질간질한 추억을 회상하게 만듭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져리, 스탠 바이 미 등의 명작을 제작 감독해온 롭 라이너가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소설 속 시대적 배경을 50년대로 각색하여 이 멋진 영화를 제작해 내었습니다. 독특한 마스크로 애초에 감독이 줄리 베이커 역할로 점찍었다는 매들린 캐럴은 자칫 영화의 전개상 비호감이 될 수도 있는 줄리 베이커의 역할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연기해 내어 아마도 모든 여성 관객들이 줄리에게 감정 이입되어 극 중 줄리의 사랑과 성장에 공감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모든 여성 관객들에게 첫사랑 보다 더 첫사랑 같은 미소년 브라이스 로스키 역할을 맡은 호주 배우 캘런 맥오리피는 착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읽어내지도 표현해 내지도 못하는 미숙하지만 아름다운 소년 역할을 마치 맥오리피 자신인 양 자연스럽게 연기합니다. 플립에서의 그의 외모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최근 넷플릭스 워킹데드 에서의 성숙한 그의 외모는 오히려 환상을 깨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플립은 소년 소녀의 풋풋한 로맨스 라고만 표현하기에는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좋아하는 감정에 솔직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어른들과 지역사회에 맞서기까지 하는 용기를 가진 줄리 베이커를 통해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사회의 관념에 어느새 매몰되어 자기 의견 없이 세상에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관객들에게 어린 시절 때 묻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착하고 악의는 없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줄리에게 상처를 주고 정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브라이스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여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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