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엘리오 역), 아미 해머(올리버 역)
제작 2017년
1983년 이탈리아 북부 어느 아름다운 마을을 배경으로 17세 소년 엘리오와 그의 아버지의 조수로서 여름휴가차 방문한 여행자 24세 청년 올리버의 뜨거운 사랑을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낸 퀴어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안드레 애치먼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엘리오의 집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올리버는 게걸스럽게 계란 요리를 먹어치웁니다. 계란을 더 권하자 올리버는 사양하며 말합니다. "저는 저를 알아요 두 개 다음엔 세 개를 먹고 그다음엔 네 개 말릴 때까지 먹겠죠." 엄밀히 휴가 동안 남의 집에 얹혀 지내야 하는 손님답지 않게 너무 편한 모습이 섬세한 엘리오는 살짝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처음 만난 엘리오의 친구들과도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무례해 보일 정도로 외향적인 미국인 올리버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어느새 엘리오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밤잠을 설치지만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올리버 역시 자신과는 다른 이 섬세하고 감수성 풍부한 엘리오라는 소년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항상 음악을 듣고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고 수영장에서 수영은 하지 않고 악보를 쓰고 있는 엘리오가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파티에서 친구인 키아라와 올리버가 함께 춤을 추며 키스하는 모습을 본 엘리오는 묘한 질투심을 느끼고 댄스 플로어 위에서 술에 취해 춤을 추는 올리버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지켜봅니다. 올리버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낀 엘리오는 일부러 올리버 앞에서 여자 친구와의 애정행각 들을 떠들기도 하지만 올리버는 무신경해 보이기만 합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올리버에 대한 감정이 깊어진 엘리오는 결국 솔직한 자기감정을 드러내고 올리버 역시 엘리오에게 이끌리는 마음을 알지만 20대 중반의 청년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끝이 언제인지 알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엘리오와 결국 그를 사랑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올리버는 타오르는 이탈리아의 여름 열기 보다도 더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이탈리아의 영화 감독으로 그 자신 또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입니다. 2017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미국 아카데미상 취우수 감독상의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기도 하였습니다.
연약하지만 아름답고 뇌쇄적인 외모와 날카로운 지성, 섬세한 감성을 가진 소년 엘리오 역할을 출연 당시만 해도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티모시 샬라메가 놀라운 연기력으로 연기하면서 그는 하루아침에 할리우드 최고 남자 배우로 끝없는 러브콜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훤칠한 키에 다부진 몸, 자유로운 영혼의 24세 미국 청년 역할의 아미 해머는 영화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후 전 여자 친구들에 의해 폭로된 식인 발언, 성폭행, 불륜 등 논란으로 그 후 작품에서 그를 만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한국에 개봉된 동성애를 다룬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영화이자 이제는 할리우드의 끝없는 러브콜을 받게 된 티모시 샬라메를 하루아침에 세계 대스타로 만들어 준 저예산 독립영화입니다. 동성애를 그리고 있지만 영화의 주제는 동성애가 아닙니다. 단지 사랑의 시작과 최고의 순간, 이별의 아픔과 관계의 진화, 그 후의 성숙에 대해서 사랑의 면면을 섬세하게 다루어 낸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대신 말합니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 관객들이 많습니다. 여름 휴가를 끝으로 둘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이별의 아픔을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몇 해가 지난 겨울날 수화기를 통해 올리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엘리오에게는 한여름의 꿈처럼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완전히 되살아납니다. 벽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엘리오에게서 관객들 역시 첫사랑이 되었건 어떤 사랑이었건 여전히 가슴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사랑의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