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셸 공드리
배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제작 2004년
마치 운명처럼 마주친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에 대한 강력한 끌림을 느끼며 애틋한 사랑을 이어나갔지만 결국 그저 그런 커플이 되고 말았습니다. 작고 사소한 문제들로 그들은 크게 다투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가장 좋았던 면이 가장 짜증 나는 면으로 바뀌는 순간 그리고 그 짜증이 선을 넘는 언행으로 표출되는 순간 그들의 인연은 끝이 나고 맙니다.
클레멘타인과 크게 싸웠던 조엘은 뒤늦은 사과를 위해 밸런타인 선물과 함께 그녀를 찾아가 보지만 그녀는 그를 완전히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며 새로운 남자와 애정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조엘은 곧 클레멘타인이 자신과의 기억을 완전히 삭제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적지 않은 충격과 그녀에 대한 배신감으로 그 역시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그녀의 기억을 지운 같은 병원을 찾아가게 됩니다. 기억을 지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녀와의 모든 추억이 깃든 모든 물건들입니다. 책과 CD, 일기장 모든 것 말입니다. 그 추억들로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고 이를 되짚어가며 삭제해 나가는 작업입니다.
그의 기억은 이별의 순간부터 순차적으로 삭제됩니다. 지도 맵핑이 끝난 후 기억을 지우기 위해 조엘의 집으로 작업자 스탠과 패트릭이 방문하고, 잠이 든 무의식의 세계에서 조엘에게 작업자들의 대화가 멀리서 들려옵니다. 하지만 조엘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처음에는 정확히 자각하지 못합니다.
처음 그의 마음은 홀가분했습니다. 자신을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그녀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또 다른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조엘은 어느 순간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깨닫게 됩니다. 좋지 않은 기억부터 지워나가다 클레멘타인과의 좋은 기억에 닿은 조엘은 더 이상 그녀와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 조엘은 애원합니다. 제발 이 기억만은 지우지 말아 달라고.
계속해서 행복했던 시간 속의 기억들이 사라져 가자 조엘은 기억 속 클레멘타인과 함께 둘의 기억을 지켜낼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없었던 기억, 즉 조엘의 어린 시절로 도망치는 데 성공합니다. 조엘은 아기가 되어버렸지만 덕분에 둘은 기억의 지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그러자 기억 삭제가 멈춰지고 당황한 작업자들은 병원 원장을 불러오고 원장은 조엘의 머릿속에서 둘이 있는 위치를 찾아내 그들을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결국 원장은 다시 기억을 삭제하기 시작합니다.
조엘에게 이제 남은 기억은 그녀와의 첫 만남뿐입니다. 꼭 기억해서 처음 만났던 몬톡 해변으로 와달라는 그녀의 속삭임만 남긴 채 그녀와의 기억은 결국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잘 가 조엘 몬톡에서 만나자..."
모든 기억이 지워진 다음 날 아침 조엘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조엘은 출근행 기차를 타려다 무언가에 홀린 듯 몬톡행 기차를 타게 됩니다. 몬톡 해변에서 조엘은 신기하게도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은 클레멘타인과 둘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미셸 공드리는 공드리 영화라고 하는 특이한 장르를 만들 정도로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에 판타지의 요소들을 많이 가미하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수공업처럼 표현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억을 삭제하는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카세트테이프 같은 도구들을 사용한다거나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표현하기 위해 두 배우 사이를 비닐로 가리고 촬영한다던가 하는 일차원 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관객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소품이 되기도 합니다.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 은 당대 최고의 각본가 중 한 명이며 감독으로 데뷔하여 특색 있는 작품들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이 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에는 미심쩍은 시선이 많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케이트 윈슬렛은 타이타닉, 센스 앤 센스 어빌리티 같은 고전영화를 주로 촬영해 왔으며 짐 캐리는 마스크로 이름을 알리면서 코믹 전문 배우로만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로맨스 정극을 함께 하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두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대표작으로 이터널 선샤인이 손꼽힐 만큼 두 배우를 통한 신선한 시너지를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한국에 개봉했을 때는 흥행에 실패했으나 2017년 재개봉했을 때 훨씬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입니다. 이터널 선샤인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마치 SF 영화와 같은 기억의 삭제라는 특수한 상황에 주인공들이 놓이게 함으로써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운명적이고 극적인 만남에 평범한 끝이 슬프고 아픈 사랑의 현실을 담아낸 영화는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결국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만난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기억의 지도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 데도 괜찮다며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재시작이 이번이라고 해서 다른 결말을 맺게 될 것인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해피앤딩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새드 앤딩이 될 수도 있는 열린 결말로 지금까지도 많은 관객들의 꾸주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