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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바쁜 척 그만하고 나를 좀 고쳐줘요.

by 가젤라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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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제이크 질렌할(데이비스), 나오미 왓츠(캐런), 헤더 린드(줄리아)

제작 2015년

 

성공한 투자분석가 데이비스는 일 외에는 모든 것에 무관심한 편인데 아내 줄리아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심을 가져달라며 냉장고에 물이 샌다며 무관심한 데이비스에게 불평을 하며 운전하던 아내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같은 사고에서도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남은 데이비스는 이상하게도 아내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아내를 잃은 날 밤 병원에서 배가 고팠던 데이비스는 자판기에서 초콜릿을 사려고 동전을 넣었지만 동전만 삼킨 자판기에서 초콜릿이 나오지 않자 항의하려고 자판기의 사진을 찍어옵니다.

 

아내의 장례식 장인 장모와 장례식에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 슬퍼 하지만 데이비스는 슬픈 감정이 들지 않아 몰래 화장실에 들어와 흐느끼는 연기를 해보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날 찍어온 자판기 사진에서 고객센터의 주소를 찾아 누가 읽을지도 모를 편지에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친애하는 챔피언 자판기 회사에게, 배가 많이 고팠던지라 자판기 고장에 짜증이 많이 나더군요. 게다가 10분전에 아내가 죽었거든요. 전 매일 5시 반에 일어나요. 장인어른은 제가 일하는 투자회사의 설립자입니다. 아내 줄리아는 파티에서 만났습니다. 우리는 만난 지 3시간 만에 잤어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데이비스는 거의 10년 동안 계속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한 데이비스를 보고 직장 동료들은 수근댑니다. 장인은 줄리아의 보험금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고 하며 데이비스에게 필요한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하지만 데이비스는 싸인은 미루어두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자판기 회사에 편지를 보냅니다.

 

아침에 줄리아가 주문해놓은 카푸치노 머신이 집에 도착하고 출근길 전철에서 낯선 남자를 만나 자신은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고백을 하다 미친 척 열차를 급정지 시킵니다. 사실 미쳤기 때문이 아니라 미친 척 연기한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간 데이비스는 사람들의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공항 순찰 군인의 총을 빼앗아 나라를 지키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집안 곳곳에 줄리아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불평하던 물이 새는 냉장고를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장인의 충고 때문이었습니다.

"뭔가를 고치려면 전부 분해한 다음 중요한 게 뭔지 알아내야 해" 마치 자신처럼 망가져버린 냉장고를 분해하던 중 새벽 2시 자판기 회사 고객센터 캐런 모리노라는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편지를 보고 울었어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있나요?"

 

데이비스는 오래전부터 신경 쓰이던 회사의 고장난 화장실 문도 분해해 버리고 오류가 뜨는 회사 컴퓨터 역시 분해해 버립니다. 캐런 모리노의 생각이 떠나지 않던 데이비스는 그녀의 회사까지 찾아가고 그녀는 만나지 못하고 회사 대표인 칼을 만납니다. 그 날밤 줄리아의 카푸치노 머신을 분해하고 난 후 캐런과 통화하는데 캐런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고 칼은 그녀의 남자 친구였습니다.

 

캐런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둘은 진솔한 대화를 이어갑니다. 둘은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했고 좋은 친구가 되어갑니다. 캐런과 함께 찾아간 해변가에서 망가진 회전목마를 발견하고 줄리아와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무심했던 그에게 점차 슬픔이 찾아오고 줄리아와의 추억에 데이비스는 괴로워합니다.

 

캐런의 아들 크리스는 자신이 게이가 아닌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친해진 크리스와 데이비스는 우정을 나누고 크리스가 준 음악을 들으며 데이비스는 음악 속에서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며 다른 이들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춤을 춥니다.

 

점점 줄리아가 떠오르던 데이비스는 줄리아와의 추억이 담겨 있는 집을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이베이에서 불도저까지 사 와서 집을 모조리 분해하다가 줄리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데이비스는 충격에 빠집니다. 캐런과 함께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데이비스는 줄리아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었고 장인 장모가 그 사실을 숨겼던 것도 알게 됩니다.

 

줄리아의 묘지를 찾은 데이비스는 다른 남자 역시 묘지를 찾은 것을 보고 줄리아의 내연남일 것이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용서를 빌기 위해 찾은 교통사고의 상대편 운전자였습니다. 그리고 구겨져 있던 아내의 메모지를 발견합니다.

"바쁜 척 그만하고 나를 좀 고쳐줘요" 그리고 그와 줄리아가 서로 사랑했음을 깨닫습니다. 다만 그가 그 사랑에 무심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날 밤 장인을 찾아간 데이비스는 줄리아의 보험금 일부로 줄리아가 좋아했을만한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해변가에 고장 난 회전목마를 고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크리스가 초대한 해변가에 도착한 데이비스는 커다란 건물이 해체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데이비스는 미소 짓습니다. 다시 그만의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HIV 바이러스 감염자가 눈부신 열정으로 세상에 맞서 7년을 더 살았던 감동적인 실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어머니의 죽음 후 삶의 의미를 잃은 딸이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의 트레일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로 떠나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담은 '와일드'로 상실과 절망 끝에서 삶의 희망을 찾는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천재 감독 장 마크 발레의 작품입니다.

 

다양한 필모그래피로 엄청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믿고 보는 배우 제이크 질렌할 브로크백 마운틴, 조디악 등에서 선이 굵은 연기를 펼쳐왔고 데몰리션에서도 무감각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묵직하게 연기해 냈습니다. 특히 캐런의 아들 크리스가 선물한 음악을 들으며 거리 곳곳을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며 춤을 추는 롱 테이크 연기를 훌륭하게 해냅니다.

 

아내를 잃고도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 불능의 데이비스는 이 시대를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지 못하는 병든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무언가 문제가 있으면 해체해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장인의 말에 고장 난 자신을 고치기 위해 냉장고, 컴퓨터, 결국은 자신의 집까지 모두 해체해 버리는 데이비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슴 아프면서도 남의 일이 아닌 나 자신의 고장난 마음을 해체해 주는 것 같은 시원한 마음까지 들게 됩니다.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중요한 미덕일 수 있지만 잠시 멈추어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돌아보는 멈춤의 시간 역시 필요하다는 울림을 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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