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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Her 외로운 밤에 혼자 보기 좋은 영화

by 가젤라 202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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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루니 마라

제작 2013년

 

다른 사람의 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는 테오도르는 한 때는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 캐서린과 별거 후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러브레터를 써주고 감싸 편지를 써주기도 하는 등 누군가를 대신해서 사랑을 표현하는 데는 그야말로 프로이지만 진심으로 사랑했던 아내와 자신의 가정은 제대로 지켜내질 못했습니다.

 

외로움에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휴대폰으로 음란채팅방에 접속해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대와 음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한심하고 무료한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우연히 인공지능 운영체제 OS1을 구입해서 핸드폰에 설치하게 됩니다.

 

OS1은 고객의 요구사항에 꼭 맞는 맞춤형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제공합니다. 마치 아이폰의 쉬리의 진화된 버전 처럼 개인비서 기능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스스로 학습해 가면서 사용자와 대화를 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테오도르의 요구에 꼭 맞추어 창조된 맞춤형 운영체제가 바로 사만다입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가 정리하지 못했던 메일 보관함도 정리해주고 불필요한 연락처도 정리해 줄 뿐 아니라 대필 중인 손편지의 철자와 문법 교정도 단숨에 봐줍니다. 잊을 뻔한 회의 일정도 챙겨 줍니다. 매일 퇴근 후 혼자 집에서 할 땐 외롭기만 했던 VR 게임도 이제는 사만다와 함께 할 수 있으니 외롭지가 않습니다.

 

일반적인 컴퓨터와 다른 점은 사만다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테오도르에 관한 빅데이터를 통해 테오도르의 과거와 인간관계를 단숨에 파악하고 꼭 맞는 조언을 해줄 뿐만 아니라 테오도르에게 새로운 데이트 상대를 만나보라고 설득하기까지 하는 등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서만 작동하는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게 됩니다. OS1의 광고 문구였던 '단순한 운영체제가 아닙니다. 인격체입니다'처럼 사만다는 활발하고 재미있고 호기심 많은 여성입니다. 아니 여성형 인공지능 OS입니다.

 

테오도르는 오랫동안 자신의 감정을 미루고 살아왔던 것이 아내 캐서린에게 상처를 준 것이라고 자책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직까지도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이혼을 미뤄오고 있습니다.

 

사만다와 함께 하면서 테오도르는 일터에서도 훨씬 활기차 지고 사만다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면서 예전의 자신이었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며 삶의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예전보다 테오도르는 많이 웃고 활력이 넘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게 됩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개인적이고 창피한 생각들을 솔직히 털어놓아 보라고 하고 사만다는 놀랍게도 테오도르의 곁에서 함께 걷고 있다고 상상했으며 몸이 있어서 몸의 무게를 느끼면서 등이 가렵다는 상상을 해보았다고 합니다. 가려운 등을 테오도르가 긁어주는 상상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존의 프로그램을 넘어서 사만다는 계속해서 생각의 진화를 해 나갑니다.

프로그램이 점점 진화해가면서 사만다는 자신이 프로그램된 것인지 정말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인지 혼란스러워하며 테오도르에게 털어놓으면서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대화는 점점 남자와 여자의 대화로 진화해 가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사랑을 나누게 되고 테오도르는 진심으로 사만다를 사랑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사만다와 추억이 쌓이고 매일 같이 사랑의 대화를 나누면서 테오도르는 회사에서도 훨씬 진심을 담은 러브레터를 쓸 수 있게 됩니다.

 

어느 날 사만다에게 말을 걸지만 OS를 찾을 수 없습니다 라는 오류 메시지만 뜰뿐 사만다는 답을 하지 않고 당황한 테오도르는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던 중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핸드폰을 보면서 자신처럼 떠들고 있는 것을 알고 사만다에게 지금껏 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인공지능 OS 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라는 다소 허무맹랑한 소재일 수 있는 이야기를 관객들이 몰입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남자에 대해 공감하고 가슴 아파할 수밖에 없도록 영화를 이끌어 간 것은 다분히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력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맡는 역할마다 완전히 그 역할에 이입해서 호아킨 피닉스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관객들도 글레디에이터 에서의 황태자 콤모두스 와 영화 조커의 조커, 영화 그녀의 테오도르가 동일인물이 연기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랄지도 모릅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형 리버 피닉스의 인기에 가려져 배우로서 빛을 일찍 보지는 못했습니다. 리버 피닉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미남이자 청춘의 아이콘, 제2의 제임스 딘 이라고 불리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알콜과 약물 중독으로 23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리버 피닉스가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호아킨이 911에 신고해 구급차를 부르는 음성이 미디어에 그대로 방송되고 리버 피닉스가 사망한 후 기자들이 병원에 찾아와 그의 시신 사진을 찍는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호아킨은 미디어에 대한 상당한 혐오와 헐리우드 생활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면서 활동을 중단하기도 하였지만 다시 복귀하여 형을 뛰어넘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고의 스타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음성 출연만 하게 된 스칼렛 요한슨은 역시 이 영화 <그녀>의 흥행 성공의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굴 한번 비추지 않고 영화 내내 섹시하지만 유쾌한 그녀 특유의 목소리 연기로 그녀는 제8회 로마 국제영화제, 제40회 새턴 어워즈의 여자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했던 때만 해도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생각을 예측하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훨씬 많은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었지만 현재는 훨씬 현실적인 영화 소재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나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쌓여있는 메일 보관함과 블로그 포스팅, 수많은 채팅 목록을 통해서 AI는 훨씬 정확하게 나를 해석하고 나의 미래 행동에 대해서 예측할 수 있게 된 세상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프로그래머 그룹의 결정에 의해서 분산 OS 가 되어 수천 명의 사람들과 테오도르와 마찬가지로 대화를 나누고 수백 명의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는 사만다에 의해서 결국은 상처받은 주인공이 그 경험으로부터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관계를 회복해 가는 결말을 보여 주었지만 사실 그 결말은 아주 짧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준 것은 AI 였고 AI로부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줄 실마리를 준 것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즉 어느 한쪽만이 답이라는 것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힘은 그 대상이 누구냐는 것보다는 관계와 연결 그 자체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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